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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gif사진으로만 보던 MCM에서 일하고 왔습니다. 에티오피아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지난 일 년 동안 지내 온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고백합니다. 2006년, 에티오피아 MCM병원에 가고 싶다는 마음을 처음 갖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하나님께서 준비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저를 훈련시키셨고 2010년 한 해를 주님께 드릴 수 있도록 허락하셨습니다. 걱정도 되었지만 부족한 저를 하나님께서 어떻게 사용하실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도착한 첫날 아름다운 자연과 날씨에 감동하였습니다. 사람이 만들지 못하는 하늘과 구름, 달과 별, 꽃, 모든 것 하나하나가 놀라운 하나님의 솜씨였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MCM병원을 보니 가슴이 벅차올랐고 이곳에서 하게 될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열정으로 시작한 병동간호사 생활이었지만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간호사 인수인계시간에는 영어로 말하는 것인지 현지어인 암하릭어로 말하는 것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웠습니다. 환자들의 대부분은 암하릭어를 사용해서 대화를 나누기가 어려웠습니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들의 문제는 아픔이고, 원하는 것은 치료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저의 할 일은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직장에서 일하는 것과는 달리 병원에서 하는 모든 일이 선교이기에 가끔 일이 힘들게 느껴질 때면 낙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부서 이동으로 지치지 않고 일 할 수 있는 힘을 허락하여 주셨고,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한인 청년봉사자들이 있어 힘이 되었습니다.
 병동에서 일하면서 한국전쟁 때 참전하셨던 할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저를 한국인이라고 반겨주시면서 익숙하지 않은 말투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해서 하셨습니다. 저도 현지어로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60년 전에 한국을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입니다.
MCM병원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한국전쟁 참전용사촌’이 있어 그곳에서 무료진료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돈이 없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무료로 진료하고 도와줄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한 해 동안 하나님께서 MCM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게 해주셔서 기뻤습니다. 선교를 마치고 돌아온 지금 하나님께서 MCM병원을 지켜주시고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때에 맞추어서 필요한 사람을 부르시고, 쓰시는 하나님, 하나님께서 저를 에티오피아에 보내시고 사용하여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저를 이곳으로 인도하셨던 하나님, 지금도 일할 사람을 준비하시고, 계획하시고, 예비해두신 하나님을 찬양하며 감사드립니다. MCM병원에서 일하고 계신 한인 봉사자들과 현지인들 모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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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gif에티오피아, 그 땅에는 한국과 같은 다양한 먹을거리가 없습니다. 최신 유행을 달리는 예쁘고 멋진 옷들도 없습니다. 클릭만 하면 모든 정보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빠른 인터넷도 없으며,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 택시나 버스, 지하철 시스템도 잘되어 있지 않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 봉사하는 많은 봉사자들은 같은 부위만 수 십 차례 물어뜯는 벼룩으로 인하여 괴로워합니다. 강한 햇빛으로 피부가 그을려서 상하고, 음식을 조금만 잘못 먹어도 탈이 나서 고통스러워합니다. 한국과 비교할 수 없는 환경과 여건이지만 결코 그곳은 힘들고 어려운 곳만은 아니었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계신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며, 지나는 순간마다 하나님께서 일하고 계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한 달란트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귀한 곳이었습니다. 내 안에 숨겨져 있어 이전에 알지 못했던 약함과 부족함을 깨달을 수 있는 훈련의 자리였습니다. 에티오피아는 젊은 날에 다양한 선교의 방법을 직접 겪으며 체험할 수 있는 선교의 현장이었습니다.
 2009년 3월, 3년간의 에티오피아 MCM병원의 전산실 사역을 마치고, 10개월간 한국에 상주하며 에티오피아를 그리워하며 지내던 중에, 하나님께서 에티오피아로 또다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2010년 1월부터 다시 1년을 사역하게 되었습니다. 봉사의 경험이 있었기에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란 마음을 가지고 찾은 땅이었지만 여전히 나약하고 부족한 존재임을 알았습니다. 자격지심에 빠져 ‘더 능력 있고, 일의 경험이 많은 사람도 있는데 왜 나같이 부족한 사람을 보내신 것일까? 이 분야의 전문가가 와서 잠깐만 정리해도 엄청나게 변화될 텐데 왜?’ 이러한 의구심에 빠져 힘들어 하던 날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너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하신단다. 하나님께서 널 사랑하셔서 이곳에 보내셨단다.’는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셔서, 나를 통해 일하시려고 보내셨는데 무슨 다른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아무 쓸모없이 버려질 인생을 하나님께서 택하셔서 귀한 명성교회와 당회장목사님을 통하여 많은 은혜를 받았고, 아주 작은 기술을 가지고 젊은 시절에 짧은 시간이나마 선교지에 몸담았다는 것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비록 사역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은 남들보다 좀 뒤쳐졌지만 새로운 선교의 꿈을 가지게 하셨고, 그 꿈을 이루어주신 하나님이시기에 걱정하지 않습니다.
 에티오피아 교회학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주일날 교회학교에서 예배를 마치고 과자를 간식으로 주었는데 과자를 빼앗긴 아이가 울면서 저에게 왔습니다. 과자를 빼앗아간 아이를 잡아서 호되게 혼내고 왜 훔쳐갔냐고 물었더니 “다른 아이가 내 것을 훔쳐갔기 때문에 나도 그랬어요.”라고 당연하게 대답했습니다. 그 아이는 잘못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부모도 없고, 집도 없어 길에서 잠을 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합니다. 무엇이 올바르고 그른 것인지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불쌍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아이들에게 교회를 통하여 예수님을 알게 하고 잘 성장시키는 길이 에티오피아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선교사역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영혼들을 대면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할 때면 진심으로 가슴이 뜨거워졌고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보다 나은 것도, 잘난 것도 없지만 축복받은 한국에서 태어나서 좋은 가정에서 성장하고, 좋은 교회 만나서 편하게 사는 것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귀한 은혜임을 깨닫게 되었고,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로 그들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작은 소명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MCM 현지 직원들과의 원만한 관계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신앙은 있지만 삶이 어려운 분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기도도 많이 하고 열심히 예수님을 믿지만 그들을 덮고 있는 그늘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분명히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은데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것들이 막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기독교와 정교회, 소수의 무슬림 직원들이 함께 근무하며 사랑으로 관용하고 잘 품어주어야 하는데, 저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오히려 화를 내어 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들에게 단지 일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알려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었습니다. 신앙적으로, 업무로 잘 이끌고 나아가야 하기에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았지만 그것이 올바른 방향인지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혼자서 직접 일을 처리하고 해결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많은 업무를 현지 직원들과 함께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그들을 잘 성장시키려면 긴 시간을 함께 보내며 훈련해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현지에서 일하는 선교봉사자들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나 한 사람도 지탱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기에 그 역할을 잘 감당하기 위한 기도를 게을리 할 수가 없었으며, 더욱 깊은 신앙심과 인성, 성품, 실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에티오피아를 다녀온 후, 젊은 청년의 때에 선교지에 나가는 것은 큰 능력, 경험, 지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분야에 따라 지식과 경험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배우고자 하는 마인드와 순종, 그리고 가장 중요한 주님을 사랑하고 구원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에티오피아 땅을 밟기 이전에는 교회 안에서 선교사님과 선교지를 위해 기도하고, 선교헌금을 하는 것이 내 할 일이라고 생각하였지만 이제 선교지는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곳이며, 있어야 할 곳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복음을 위해 필요로 하시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아니고, 주님께서 부르실 때에 순종하며 나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선교지는 더 이상 어렵고 힘든 땅이 아닙니다. 분명히 선교지에는 어려움과 아픔이 있고, 눈물과 외로움이 있지만 이러한 것들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작은 이 몸 하나가 복음을 위해 간접적으로든 직접적으로든 하나님께 쓰임을 받아 잃어버린 영혼들이 주님께로 돌아온다면 만족하여 감사할 뿐이며, 이것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지상 명령이기에 선교를 위한 꿈을 절대 놓지 않고 살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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