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 종교의 신전에 대한 고고학적 연구 고세진 목사(고고학 박사) 성경의 일차적 무대가 되는 지역을 레반트(Levant)라고 하는데 이는 지금의 지도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요르단, 동부 시리아, 레바논을 포함하는 광활한 범위이다. 이 지역은 지금 정치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중립적인 용어인 레반트라는 말로 지칭하는 것이 무난하며, 성경에 나오는 가나안(Canaan)이라고 하는 곳이 레반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곳에 살던 고대인들은 각자의 종교적 입장에 따라서 신전을 만들었다. 기원전 1400년 이후에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도 야훼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한 장소들을 만들었고, 나중에는 예루살렘에 성전(聖殿)을 건축하였다.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건축했던 성전에 대하여 고고학적으로 고찰하기에 앞서 이스라엘 백성들보다 훨씬 일찍 가나안 땅에 살고 있었으며 나중에 이주해 온 이스라엘 백성과 심각한 경쟁관계에 놓였던 가나안 사람들의 신전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에 들어올 무렵 가나안에 이주해 들어온 블레셋 사람들의 신전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보려고 한다. 그 이유는 성경에 보면 그런 족속들이 이스라엘 백성과 이웃하여 살면서 정치적, 신앙적으로 많은 도전을 일으키며 이스라엘 백성에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가나안 족속들은 여러 형태의 신전에서 그들의 신에게 예배하였다. 한문으로 신전(神殿) 또는 신당(神堂)이라고 적어 놓고 보면, 신전은 건물이 있어야 할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고고학적으로 볼 때 가나안 사람들의 신전에는 몇 가지 형태가 있었다. 첫째는 건물이 전혀 없거나 건물이 별로 없는 열린 공간에서 제사를 지낸 경우이다. 이것을 편의상 노천(露天) 신전이라고 하자. 둘째로 가나안 사람들이 신전으로 사용한 것은 천막이었다. 천막은 접어서 이동하기에 적합하므로 방랑하는 사람들이 사용하기에 좋았다. 셋째로는 그들이 섬기는 신의 형상을 만들어 안치해 놓은 장소를 건물로 만들어서 영구히 예배장소로 사용하였다. 사무엘, 사울, 다윗 시대에 이스라엘을 치열하게 공격했던 블레셋 족속도 다곤 같은 신을 섬겼다. 블레셋의 경우에는 어떠한 형태의 신전들을 사용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성경은 삼손이 가사에 있는 다곤 신전을 파괴하고 블레셋 사람들과 같이 죽었다고 한다(사사기 16장). 그 신전은 당연히 건물신전이었다고 볼 수 있다. 블레셋의 경우에는 노천신전이나 천막신전에 대한 고고학적 현장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아마도 그리스 쪽에서 온 블레셋 족속은 가나안의 해안에 정착하여 건물을 지어서 신전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한 예가 사사기에 잘 나와 있다(사사기 16장, 사무엘상 5장, 역대상 10장). 그러면 이제 그러한 신전들에 대한 고고학적 증거를 살펴보기로 하자. 그림 1은 현대 이스라엘의 해안지방에 있는 유적인 나하리야를 발굴한 후 그린 고고학 도면이다. 나하리야에서는 많은 제사용 유물들이 출토되었고, 신상을 비롯하여 직접적으로 제의의 상대가 되었던 증거도 나왔다. 해변에 근접해 있던 이 노천신전은 바닷사람들의 신앙 중심지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에 들어오기 전에 가나안의 남부에 있던 건물신전의 좋은 예가 라키시라는 장소에서 발굴되었다. 이 가나안 신전에서는 제의용품들과 함께 많은 그릇들이 출토되었다. 대접 같은 그릇들이 많았던 이유는 제사가 끝난 후에 예배자들이 함께 식사를 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천막으로 만든 신전은 현대 이스라엘의 가장 남쪽에 있는 대네게브 지방에서 발굴되었다 (그림 3). 그곳에 있는 팀나 구리광산 지역에서 기원전 1200년경으로 보이는 신전의 기초가 발굴되었는데, 기초는 돌로 만들었으나 윗부분은 천막으로 쳤던 흔적을 고고학자들이 발굴하였다. 이 신전에서는 가나안의 신이 아닌 이집트의 하토르 여신을 섬겼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신전에서 구리뱀도 출토되었다. 따라서 가나안 신전은 여러 가지 신들을 혼합하여 전시하고 숭배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블레셋 지역에서 출토된 신전을 설명하기로 한다. 그림 4는 텔 까씰레라고 하는 유적에서 출토된 신전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신전은 규모가 크고 건물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시 일반 그릇이 아닌 제사용 그릇과 신상들이 발굴되었다. 성경에 나오는 블레셋의 다곤 신전과 같은 신전들이 이러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을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이상으로 가나안과 블레셋의 신전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았으며, 다음 호에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만들었던 신전들과 솔로몬의 성전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그림 1. 이스라엘의 해안에 있는 가나안 시대의 노천신전(중기청동기시대).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그 위에서 제사를 지냈다. 그림 2. 남부 가나안의 라키시에서 발굴된 가나안 족속의 신전건물 (후기 청동기시대). 그림 3. 가나안의 남부 해안지방에서 발굴된 불레셋 족속의 신전건물 (초기철기시대). 그림 4. 현대 이스라엘의 남쪽 대네게브에 있는 유적인 팀나 광산지대에서 발견된 신전. 기초는 돌로 만들어져 있으나 위에는 천막을 씌웠던 곳이다 (초기철기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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