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와 한국교회
장로회 신학대학교 선교학 교수, 한국일목사

WCC는 정교회를 포함한 세계 개신교회들의 모임이다. 전 세계 140여 개국에서 349개 교단이 회원으로 있으며, 약 5억 5천만 명의 그리스도인들을 대표하는 세계교회연합기구이다. 근대 에큐메니컬 운동은 세계 선교운동에서 시작되었다. 그것은 에큐메니컬 운동과 신학이 지향해야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상기시켜 준다. 19세기를 위대한 ‘선교의 세기’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서구 교회와 선교단체들이 전 세계에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설립하는 일에 전력을 다하였기 때문이다. 선교에 대한 열정은 종종 지역 내에서 교파간의 경쟁으로 나타났다. 선교현장에서 직면한 경쟁적 선교와 선교사의 교파로 인한 대립과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교사 대표들이 1910년 에든버러에서 대회를 개최하고 서로 협력하여 세계선교의 과제를 함께 수행할 것을 다짐하였다.

 

wcc가 태동하고 주도하는 에큐메니컬 운동이란?

에큐메니컬 운동은 세계 선교현장에서 활동하는 선교사와 선교단체 책임자들이 선교의 일치를 위해 협력관계를 형성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선교를 위한 협력은 단지 현장에서의 협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실천, 즉 봉사활동에서도 연합이 필요하며, 더 나아가 진정한 일치인 교회의 일치까지 진전되어야 할 것을 인식하였다. 그로 인하여 1925년 스톡홀름에서 ‘삶과 봉사’분야의 모임과 1927년 스위스 로잔에서 ‘신앙과 직제’에 관한 일치를 추구하는 신학자 모임을 가졌고, 이 모임은 1937년 옥스퍼드 회의를 거쳐 1948년 WCC를 태동시켰다. 에큐메니컬 운동은 세계 선교, 삶과 봉사, 신앙과 직제, 이 세 분야에서 일치와 연대를 추구하는 운동이다. 에큐메니컬 신학은 각각의 분야에서 직면한 문제들과 해결해야 할 주제들을 계속 연구하고 발전시키면서 특정한 신학을 추종하지 않고 회원 교회들이 수용할만한 포괄적 성격의 신학을 꾸준히 형성하고 발전시켜 왔다.


WCC가 주도하는 에큐메니컬 운동은 세계적 차원과 지역적 차원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면 독일의 지역 교회가 매 주일마다 예배 시간에 세계의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중보기도와 함께 헌금을 하는 것을 보았다. 독일 교회는 세계의 모든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지체로 생각하며, 진정으로 형제자매 의식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인 교회는 이와 같이 세계의 모든 교회가 한 몸을 이루는 지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이것을 위해 자신이 속한 교회만을 생각하는 개(個) 교회주의와 교파주의를 극복하고 서로 다른 교회들을 존중하고 협력하여 세계 선교에 힘을 모으는 그리스도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 에큐메니컬 운동은 세계의 모든 교회들에게 그리스도 안에서 협력과 일치의 정신을 심어주며, 그 속에서 성장하면서 함께 하나님나라의 선교에 참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 교회와 에큐메니컬 운동

이제 한국 교회는 전 세계를 품고 선교활동을 할 만큼 성장하였고 하나님께로부터 많은 자원을 받았으므로 에큐메니컬 정신으로 거듭날 때가 되었다. 그러나 한국 교회가 아무리 선교에 열심이며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세계의 각 지역에 있는 다른 교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경험만을 절대화하는 자기중심적 태도로는 올바른 선교가 불가능하다. 최근 한국의 에큐메니컬 모임에서 논의되었던 가장 중요한 이슈는 에큐메니컬 운동을 ‘지역 교회들 차원에서 어떻게 전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가?’ 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오늘의 에큐메니컬 운동과 선교에서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지금까지 에큐메니컬 운동은 교회들의 연합활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차원이나 한국 상황에서 교회들로부터 많은 호응이나 참여를 얻지 못한 채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교회의 선교 상황은 100여 년 전 1910년 영국 에든버러에서 최초로 에큐메니컬 선교대회를 개최했던 때와 유사하다. 세계 교회는 선교에 대한 열정은 높지만 교파주의 선교를 극복하지 못하고 해외 선교현장에서 교파 간, 교회 간 경쟁적인 선교방식을 지양하고 각 지역의 교회들이 연합하여 함께하는 협력선교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에큐메니컬 선교대회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이 대회로부터 계속되는 에큐메니컬 국제선교대회를 통해서 에큐메니컬 선교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을 지향하고자 했다. 첫째로 세계 교회들이 교파를 넘어서 선교현장에서 연합하여 협력하는 선교의 형태를 수행하는 것과 둘째로 선교의 활동 범위를 교회적인 차원을 넘어 세상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하여 복음에 계시된 내용에 비추어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교회가 정치나 현실적인 문제에 너무 깊이 개입하여 세속화 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고, 에큐메니컬 운동 역시 선교의 개념을 너무 확대한 나머지 처음 시작한 선교운동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도 했다. 그 결과 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반에큐메니컬 성향을 가진 교회와 선교단체들로 구성된 복음주의 운동이 탄생하게 되었다. 에큐메니컬 선교는 다양한 시대를 지나면서 여러 가지 경험과 실패 그리고 반성을 통해서 오늘의 세계상황에 적합한 선교 신학과 구체적인 정책들을 수립하였다. 


한국 교회 에큐메니컬 선교의 필요성

한국 교회는 개(個)교회 위주의 선교활동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개(個)교회 혹은 교파중심의 선교구조는 선교현장의 필요와 문제해결 방식에 주먹구구식의 비전문적 선교형태를 가져왔다. 이제 한국 교회는 바울이 로마서 10장에서 자기 민족 이스라엘을 향하여 안타까운 마음으로 외친 것같이 선교를 향한 열심에 바른 지식을 갖추어야 할 때이다. 전 세계 모든 지역에 교회가 세워진 오늘의 상황에 일방적 선교형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현지 교회들과 함께하며 협력하는 상호적 관계에서 진행하는 선교방식이 요청된다. 그동안 한국 교회는 선교사들의 헌신과 희생적인 봉사로 인해 180여 개국에 16,000여 명의 선교사를 파송하였다. 모든 교회들은 선교에 대한 열심을 가졌으며 세계의 교회에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젊은 청년들의 선교참여가 유별하다. 이제 한국 교회는 100년 전 세계 교회들이 ‘우리 시대에 세계를 복음화 하자’라는 표어를 제창하며 선교의 열정과 함께 연합하는 협력선교를 지향했던 것처럼 개(個)교회 중심의 선교를 그치고 현지 교회들과 협력하는 에큐메니컬 협력선교의 때가 찼음을 주목해야 한다.


해외현장에서 에큐메니컬 선교를 진행하기 위해 어떤 선교형태와 방식을 추구해야 할 것인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현재 아프리카 가나의 교회와 독일 교회, 한국 교회가 함께 진행하고 있으며, 선교사가 제시한 이 기준이 에큐메니컬 선교를 실천하는 데 가장 적합한 내용이라고 생각되어 소개하고자 한다.


1. 현지 교단의 정식 초청이 있는가?

2. 현지의 필요에 응답하는가?

3. 선교가 파송하는 교회의 주도하는 일방적 방식인가 아니면 현지 교회와 상호 협력하는 방식인가?

4. 현지 교회와 상호 배움과 나눔이 있는가?

5. 현지 교회와 구체적인 상호협력 목표가 있는가?

6. 선교의 협력지속성과 현지로부터의 신뢰성이 있는가?

7. 에큐메니컬 협력선교에 대한 경험과 의지가 있는가?

8. 선교 동역자의 자질과 능력이 현지의 정서와 일치하는가?

9. 선교사와 사역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와 감독이 이루어지는가?


wcc와 한국 교회의 관계

지금까지 WCC와 한국 교회와의 관계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위의 내용을 정리하면 첫째, WCC는 한국 교회가 개(個)교회주의와 교파주의를 극복하고 국내외의 다른 교회들과 협력하는 연합정신을 가지고 선교에 참여하도록 인도한다. 둘째, WCC는 세상을 하나님의 선교현장으로 이해하면서 복음을 말로 증거 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을 배운다. 셋째, 다른 교회들과의 교제를 통해서 이 세상에 그리스도의 교회가 얼마나 다양한가를 배우게 된다. 넷째, 에큐메니컬 교제를 통해서 한국 교회의 선교에 대한 열정과 다양한 장점을 세계의 교회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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