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 기사입력 2010-03-03 19:56 | 최종수정 2010-03-03 21:05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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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아오는 새벽에 이 뜨거운 기도가 삶·민족·세계를 인도”

하늘 높은 곳에서 빛나는 노란 달은 이 계절의 시간이 아직 새벽보다는 밤에 가깝다는 걸 말해주고 있다. 3일 오전 5시30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여느 때 같지 않게 주위가 승용차와 대형버스, 사람들로 북적인다. 담요로 꽁꽁 싼 아기를 업은 엄마, 유모차 미는 아빠, 지팡이 짚은 노인, 교복 차림 소녀들이 종종걸음으로 몰려 들어간다. 안은 벌써 찬양과 기도의 열기로 뜨겁다.

올해로 30년째, 매년 두 차례씩 열려 60회를 맞은 명성교회 특별새벽집회(특새) 모습이다. 천장에는 이번 집회 표어인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입니다’ 외에도 ‘문을 두드리시는 주님’(1988), ‘세상을 이기는 사람’(1996), ‘새 시대를 이끌어 가는 하나님의 자녀’(2000) 등 그간의 표어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2∼6일 진행되는 특새 중 다른 날은 평소대로 교회에서 5부에 걸쳐 열리지만 이날은 30주년 기념 행사로 한 번에 드려졌다. 참석 인원은 인근 올림픽홀에 모인 4000여명까지 총 2만5000명. 일본인 100여명을 비롯해 해외 참석자들도 상당수다.

어찌 보면 평소 6만명에 달하는 새벽기도 인원의 절반 이상은 오히려 참석을 못한 셈이다. 이들 대부분은 집에서나마 CTS CBS 인터넷 생중계 등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교역자들은 말한다.

그런 만큼 직접 참석한 이들의 표정에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안산에서 오느라 새벽 2시에 일어났다는 어진우(63) 집사는 집회 후 인천으로 출근해야 한다지만 “20년 이상 새벽기도를 해 왔기 때문에 힘들 것 없다”면서 웃는다. “새벽기도 덕분에 가정이 평안하고 두 아들도 때 묻지 않고 자랐습니다. 이만큼 보람 있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덕소에서 아버지와 둘이 왔다는 김단비(16·경기 남양주 예봉중 3)양도 방학 중에는 매일, 학기 중에는 토요일마다 새벽기도에 나간다고 했다. “새벽에 기도하면…, 하여튼 좀 달라요. 그런 걸 은혜라고 하나 봐요.”

누구보다 김삼환 목사의 감회가 커 보였다. “명성교회 첫날 새벽기도 인원 25명이 30년 만에 6만명이 됐다”고 밝힌 뒤 이어진 찬양 시간에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익히 알려진 김 목사의 ‘새벽 예찬’은 이날따라 더욱 힘찼다. “새벽은 모든 어둠이 물러가고 하나님의 밝은 영이 임하는 신비한 시간입니다. 이 새벽 기도가 여러분의 일생을, 이 나라와 이 민족을, 세계와 세계 교회를 이끌어 갈 것입니다.”

축하 설교 순서에서 방지일 영등포교회 원로목사는 “언제든지 ‘무시로’ 하나님께 기도드릴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축복”이라면서 “오늘 여러분의 기도를 하나님은 꼭 들어 주신다”고 축복했다. 이 밖에도 이광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민주당 김영진 의원 등이 자리해 축하를 전했다.

집회가 끝나자 이용승(40) 박순종(38) 집사 부부는 다섯 살, 두 살 남매의 옷을 챙기고 깜빡 잠이 든 초등학교 2학년 딸을 깨우느라 부산하다. 그러나 4남매의 장녀 은수(11·서울 명원초 5)는 조용히 마무리 기도를 하고 있다.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새벽’을 알게 해 주려는 부모의 노력은 이미 결실을 맺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아침이다. 상쾌한 공기와 장밋빛 아침 햇살이 까르르 웃으며 나오는 교복 차림 소녀들의 얼굴을 더욱 빛나게 한다. 그 뒤편으로 아까 그 달이 희미하게 물러가고 있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