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특별 새벽기도회 첫날 르포] 29년간 깨어있는 새 희망 충전소

[2009.03.0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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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열(49) 집사는 3일 새벽 2시30분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에 도착했다. 봄을 알리는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새벽 3시가 되자 생중계 방송팀들도 나왔다. 초등학생 아이들도 눈을 부비며 교회로 왔다.

이날은 명성교회의 2009년 3월 특별새벽집회(특새) 첫날이었다. 명성교회가 1980년 설립 이후 죽 지켜온 행사다. 오 집사는 "중학생인 우리 아이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다녔다니까요"라며 자랑했다. 참석자는 하루 5만명이 넘는다. 차량인도자만 480명이다.

새벽4시가 되기도 전에 본당이 가득 찼다. 단상 위에 앉아있던 200여명의 초등학생과 유치원생들이 "목사님 안녕하세요"라고 소리쳤다. 베이지색 양복을 입은 김삼환(64) 목사가 등장한 것이다. 매년 특새를 알리는 외침이다.

김 목사는 "29년 동안 한결같이 인도하신 새벽의 은혜, 기적의 잔치를 통해 절망에 빠진 성도들이 살아나고 나라와 민족이 살아났다"며 "새벽 기도에 나와 잘못된 나라가 없다. 이 시간을 통해 윤리와 도덕이 강건해지고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올해 특새는 '풍성케 하시는 예수님(요 10:10)'이란 주제로 7일까지 5일간 진행된다. 김 목사는 매번 특새의 주제를 정하기 위해 며칠 동안 기도를 하면서 고심한다.

교회는 지난달 17일부터 매일 하루 3차례씩 기도회를 열며 새벽집회를 준비해 왔다. 성가대도 자발적으로 조직된다. 여성은 흰색 상의, 남성은 검은색 상의를 입고 한번에 3개 교구씩 연합해 250여명이 성가대에 선다. 첫날 첫 집회 성경봉독은 초등학생인 홍현기군과 김아람양이 했다. 이날 본당과 치악산 기도원, 제주 이기풍기념관 등을 통해 1부 예배에 참석한 인원은 9357명이었다.

집회는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기도는 1분을 넘기지 않는다. 설교문은 미리 나눠준다. '주의 자녀가 풍성한 축복을 누리는 것이 하나님 아버지의 뜻'이라는 김 목사의 이날 설교는 짧으면서도 쉬웠다. 성경을 많이 인용했고, 생활 속의 비유를 사용해 가슴에 와 닿았다.

어린이들이 맨발로 단상 위에 올라가는 것도 특새의 전통. 자신도 어릴 때 단상 위에서 새벽집회에 참석했다는 김주영(18)군은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있는 특새는 꼭 참석한다"며 "새벽집회에 참석하면 무작정 좋다"고 말했다. 지난 여름부터 교회에 다닌다는 강형근(18)군은 "특새 얘길 많이 들어 한번 와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배재고 교복을 입고 있었다. 한 여신도는 "16년째 참석하는데 예전엔 특새만 한 달씩 했다"며 "참석한 학생들에게 매일 라면을 4000개씩 끓여줬지만 올해는 그 돈을 모아 불우이웃돕기에 쓰기로 했다"고 전했다.

케냐 탄자니아 몽골 등 해외와 경북 안동 등에서 명성교회 특새에 참석하기 위해 온 사람도 있었다. 이의형 집사는 "CBS CTS C3TV가 새벽집회를 생중계하면서 지방에서 올라오는 분이 줄었다"고 말했다.

1부(4시30분)와 2부(5시40분)는 가족 단위 참석자들이 많았고 3부(6시50분)는 출근길의 직장인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4부(8시)에는 가정주부들이 교구별로 모여 오랫동안 기도를 드렸고, 다소 여유가 있는 5부(10시)에는 노인들과 새신자, 장애인들이 주로 참석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