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로 시작되는 시편 23편은 기독교인 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까지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다윗의 대표적인 시입니다. 나에게도 이 시는 지금까지, 그리고 하나님 앞에 가는 순간까지도 잊지 못할 그리고 항상 묵상하면서 하나님의 은혜에 젖어들 그러한 시입니다.

 

   초등학교 때, 성탄절 이브에 많은 아이들이 성도들 앞에 나와 성경도 암송하고 캐롤도 부르고 연극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나는 성탄절과는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시편 23편을 암송했습니다. 그 후로 나는 무슨 교회 행사만 있으면 항상 이 말씀을 뜻도 모르면서 암송하곤 했습니다.

 

   중학교 시절, 교회행사인 문학의 밤에서 나는 많은 친구들 앞에 서서 이 시를 낭송하는 영광을 갖기도 했습니다. 여섯 절 밖에 안 되는 그 짧은 시를 며칠 몇 날을 연습해서 마치 다윗이 그 시를 고백할 때의 그 심정으로 고백한답시고 온갖 폼을 다 잡은 적도 있습니다.

 

   꿈 많은 문학소년 시절인 고등학교 때는 이 시처럼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시를 써 보겠다고 괜히 낙엽을 밟으며 우수에 잠긴 척도 해 보았고 또 노트에 되지도 않는 시를 쓰면서 밤을 꼬박 샌 적도 있습니다.신학을 공부를 한답시고 교회에서 괜히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던 대학 시절엔 이 시를 학문적으로 접근한다고 원어로 분해도 해보고 또 신학 사상을 들먹이면서 이 시를 조명해 보려고도 했습니다.

 

   7년 전 북한의 평양을 방문했을 때입니다. 평양의 시가지를 가로 흐르는 대동강을 산책하는데 안내원이 따라 오면서 여기 저기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한참을 들은 후 나는 물끄러미 흐르는 대동강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기도를 한 후 지금은 몇 장인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찬송가를 나지막이 불렀습니다.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편 23편을 암송하며 읊조렸습니다. 그랬더니 옆에 따라 다니던 안내원이 그것을 듣더니 자기도 시편 23편을 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나는 깜짝 놀라 어떻게 그것을 아냐고 물어 보았더니 자기도 성경을 꽤 많이 안다며 구약의 아담부터 시작하여 신약의 사도 바울까지 막힘 없이 나에게 자랑을 하듯 말해 주었습니다. 내가 소스라치게 놀라자 자기는 대학교 다닐 때 성경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고 했습니다. 그 안내원은 김일성 대학의 철학과를 나온 나름대로 수재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안내원은 자기 같은 김일성 대학 출신의 수재들이나 할 수 있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자랑스럽게 나에게 말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기독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에까지도 박학다식해야 한다고 말하며 그래야 외국에서 온 손님들에게 말로서 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또 그렇게 해야 김일성 주체사상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러더니 내일 자기가 시편 23편을 평안도 식으로 낭송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정말 다음 날 이 안내원은 시편 23편을 평안도 식으로 적어 와 나에게 이렇게 들려 주었습니다. “니보라우 여호와가 내 목자신데 뭐이가 부족하간 거저 시퍼런 풀밭에 쉬라딜 않나 목마르문 물가로 데리고 가시딜 않나 뭐이가 부족하간 거저 내 이 영혼 소생시켜주시디 똑바루 살라하시디 긴데 건 자기 이름 땜에 기러시는 거래두만 음침한 골짜기 가봔 넷날엔 거이 무서워뜨랜는데 이젠 하나두 안 무서워야 왜냐하믄 거 주님이 지팽이랑 막대기루 지켜주시기 때문이야 기래서 거저 나 안심이야 보라우 거 아구악척 같은 웬수놈들 있디 아 그놈들 보란듯이 우리 주님이 거저 내 앞에 잔칫상을 떠억하니 벌려즈시디 않았간 거저 잔이 콸콸 넘치게 따라 주시면서 기한 손님 대접하듯 하는거야 기리니끼니 생각해 보라우 얼마나 속이 시원했잔 기리 않갔어 긴데다가야 또 보라우 기거이 한 번만 기러시는거이 아니래 거저 한 평생 내 편이라는기야  기래서 내래 거저 평생 우리 여호와 하나님 집에 살기루했써야

 

   나는 시편 23편을 평안도 식으로 들은 후 얼마나 웃긴지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과연 이 안내원 동무가 이 시편 23편이 주는 의미를 알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내 나이 오십하고도 중반이 되서야 비로소 다윗이 이 시를 고백하는 그 심정을 아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습니다. 삼십이 안 되는 젊은 나이에 호주에 와서 한국에서는 해 보지도 않은 일들을 하면서 별의 별 일들을 다 겪었습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하나님께서는 나의 목자가 되어 주셔서 내게 부족함이 없게 채워주셨고 또한 항상 푸른 초장으로 누이시고 쉴만한 물가로 인도해 주시는 축복을 베풀어 주셨음을 순간 순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 때도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지켜 주심을 정말 피부로 느끼며 하나님께 감사의 고백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원수가 나를 넘어뜨리려고 눈이 벌겋게 되어 나를 흔들고 또 흔들어도 하나님께서는 오히려 내게 상을 베푸시고 기름으로 내 머리에 발라 주시며 잔이 넘치는 은혜까지 채워 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호와의 집에 갈 때까지 나의 일생을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으로 베풀어 주시며 이끌어 주실 것을 약속해 주셨습니다.

 

   노년이 될 때, 앞으로 몇 십 년 후 내 머리가 백발이 되고 하나님 앞에 갈 날이 가까이 다가올 그 때 가서야 비로소 이 시가 주는 아름다운 맛들을 다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깨달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으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 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베푸시고 기름으로 내 머리에 바르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나의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정녕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거하리로다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출처 및 필자 삭제시 복제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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