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성공개최 공동선언문 의미·배경] 갈라진 보수-진보 하나되는 계기 마련2013.01.1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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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4개 단체가 13일 발표한 선언문이 지니는 의미는 크다. 교계 지도자들이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유치 이후 불거진 소모적 논쟁을 지양하고 힘을 모아 2013~14년 한국교회가 유치한 세계적 ‘잔치’를 성공적으로 치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선언문은 ‘우리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 외에 구원이 없음을 천명한다(공동선언문 1항)’는 내용을 담고 있어 한국교회의 보수와 진보가 하나되는 신앙고백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선언문에서 눈여겨 볼 점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홍재철 목사와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총회 준비위원장 길자연 목사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모두 WCC 총회 반대운동의 ‘선봉’에 서 있는 예장 합동의 대표적 목회자다. 이번 성명서 발표로 강경한 반대 입장이었던 예장 합동 측 태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보수 교계의 연합체인 한기총은 “WCC는 용공이고 종교다원주의를 추구한다”며 반대성명을 발표하는 등 WCC총회 개최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2013년 10월 WCC 총회를 통해 세계교회가 한국교회로 들어오는 역사적 의미를 무조건 부인하기 어렵고, 2014년 WEA 총회를 유치한 마당에 WCC 총회를 계속 반대하면 ‘반대를 위한 반대’처럼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고심해왔다.

마침 WCC 한국준비위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자존심을 내려놓고 ‘종교다원주의 배격, 공산주의·인본주의 반대, 개종·전도금지주의 반대, 성경이 신앙·행위의 절대표준’이라는 분명한 성경적 신앙고백을 밝혀줌으로써 WCC총회 반대 입장을 철회할 수 있는 명분이 마련됐다. 또 김삼환 WCC 한국준비위 상임위원장과 손인웅 박종화 장종현 이영훈 목사 등 상임위원들이 꾸준하게 보수교계 인사들을 접촉해 성명서 작업에 동참토록 설득작업을 해왔다.

교계에서는 이번 공동선언이 한국교회에 화해와 협력, 일치의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WCC 한국준비위 한 관계자는 “공동선언을 통해 신학적으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한기총이 지지입장을 밝힌 만큼 보수교계가 우려하는 의구심은 상당부분 해소됐다”면서 “앞으로 보수교단 인사들을 만나 대회 의미를 소개하고 겸손하게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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