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기사전송 2008-07-14 03:26 | 최종수정 2008-07-14 05:41


[동아일보]
《“수화(手話)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자연 언어입니다. 영어나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문법적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언어학적 분석틀로 수화를 분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세계언어학자대회에서 특별 초청 강연을 하는 수전 피셔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의 말이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동양과 서양의 수화’를 주제로 발표한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유네스코가 올해를 ‘세계 언어의 해’로 지정하면서 수화를 소수 언어에 포함시킨 점을 감안해 피셔 교수를 초청했다. 한국에서 수화 연구를 오랫동안 해 온 이정민(언어학·사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피셔 교수와 e메일로 대담을 나눴다.》

세계적 수화언어학자 수전 피셔 교수 e메일 대담 이정민 교수

▽이정민 교수=영어로는 ‘사인 랭귀지’이고 한국어로는 ‘손 대화’를 의미하는 수화는 그 단어 자체에서 이미 자연 언어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런데도 수화가 장애인들의 몸짓(제스처·gesture)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퍼진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피셔 교수=우선은 수화가 구어 언어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동물들도 몸짓을 사용해 소통을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몸짓은 동물들도 하는 원시적인 소통이라는 차원에서 몸을 이용하는 언어를 인간의 언어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수화가 구조와 문법 측면에서 완벽한 자연 언어라는 사실은 언제부터 알려졌는가.


▽피셔=언어학적으로 수화를 본격 연구한 것은 1950년대 중반인데 19세기 말 영국 학자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처럼 훨씬 일찍 수화에 관심을 가진 학자들도 있었다. 어머니와 아내가 언어장애인이었던 그는 1889년 ‘수화는 추상적 개념을 포함해 어떤 생각들도 표현할 수 있고 그 자체의 문법을 갖고 있는 완전한 언어’라고 말했다.


▽이=그렇다면 구어 언어 연구에 적용되는 음운론 같은 이론이 수화에도 적용될 수 있는가.


▽피셔=스토코라는 학자는 미국의 수화에서 사용하는 몸짓 신호들이 더 작은 요소들로 분석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런 분석은 구어 언어의 음운 분석과 다를 바 없다. 수화에도 구어 언어의 음운 변화와 같은 규칙들이 있다.


▽이=동양과 서양의 수화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피셔=구어 언어와 비슷한 차이를 보인다. 예컨대 미국 수화는 영어와 마찬가지로 동사나 전치사가 명사 앞에 오는 반면 일본 수화는 일본어의 규칙처럼 동사나 후치사가 명사 뒤에 온다.


▽이=미국이나 유럽에서 수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어떤가.


▽피셔=유럽에서 수화는 유럽 집시들의 로마니어처럼 소수 언어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에선 수화를 외국어로 가르치는 고등학교와 대학이 많다. 사회적으로도 언어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늘리고 있다. 농아들을 교육하거나 고용할 경우 수화 통역자를 제공하는 것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수전 피셔 교수는:

수전 피셔 교수는 1972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언어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언어장애인 단체와 공공 기관에서 일했다. 미국 로체스터대, 일본 기타큐슈대, 네덜란드 막스플랑크연구소 등에서 교환교수와 연구원 등으로 지내면서 다양한 국가의 수화를 연구했다.




정리=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