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를 바라보며   

   


 

  

글/전호교회" <jeonhoch@hanmail.net>목사

 

착하디착한 아이들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란다고

침몰하는 배안에서 나올 생각도 못했구나.

 

구명조끼 벗어주며

너부터 먼저 살아라고

등 떠밀어 친구 살린 착한 아이

 

어쩔 줄 몰라 불안에 떠는

자식 같은 아이들 먼저 살리려다

자신은 물속으로 가라앉은 선생님

 

너희들 먼저 다 나가면

언니는 나중에 갈께 했던

어리고 앳된 여승무원

 

그러나 성난 사람들

아무것도 눈에 보이질 않는 사람들

품안에 있던 금쪽같은 내 새끼를 잃어버렸으니…

 

누가 책임을 질까

대통령이 물러나면

잃어버린 자식들이 살아서 돌아올까

 

국무총리가 사퇴하면

아린 가슴이 시원해질까

가슴에 품은 자식들이 잊혀지기나 할까

 

물속으로 가라앉은 배안에

어린 아이들 있는데

어른들은 밖에서 난상토론만 한다.

 

방송사들은 제 세상 만난 듯이

가만히 앉아서 입으로만 문제점을 파헤치고

입으로만 구조 활동을 다 벌인다.

 

라면 먹다 창피당한 사람

사진 찍으려다 창피당한 사람

특종 잡으려다 창피당한 사람

 

팬티바람으로 도망친 선장 때문에 부끄럽고

아이들 버려두고 먼저 나온 승조원들 때문에 부끄럽고

손발이 맞지 않는 정부기관들 때문에 부끄럽고

 

안타까운 소식에 울고

슬픈 사연 때문에 울고

영정 끌어안고 장지로 가는 부모들 때문에 울고…

 

선박회사의 실질적 오너 때문에 기가 막혀 할 말이 없다.

어이없는 해양계의 부조리한 먹이사슬 때문에 해줄 말도 없다.

시신들을 물속에 놓고 흥정을 벌이는 사람들 때문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노란 리본 달고 추모의 대열에 서는 숱한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황당무계한 일들이 일어나도 선거판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방송 보다가 배고프다고 꼬박꼬박 밥 챙겨먹는 나는 또 뭔가?

 

아아!

이 모든 것

부끄러운 내 모습이여!자료/창골산 봉서방


  

   자료/창골산 봉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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