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학생이 나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달렸듯이

 

 

   이제 호주의 학교들이 여름방학을 시작하면서 각 교회들은 여름수련회 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매 번 수련회 때는 각 교회들이 많은 프로그램을 기도로 준비합니다.내가 지금까지 수많은 수련회를 인도해 왔지만 15년 전에 학생들과 함께 한 수련회는 정말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때 수련회 주제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였고 모든 순서와 설교 그리고 성경공부의 초점은 거기에 맞추어졌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저녁 프로그램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를 재현해 보면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의 고통을 함께 나누자는 것이었습니다.

 

     수련회를 가기 전부터 나름대로 예수의 역할을 자원할 학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의 역을 맡을 학생을 공모했습니다.

그런데 자원하는 학생은 나타나지 않고 결국 수련회 첫째 날과 둘째 날이

지나갔습니다. 사실 남학생이 수많은 여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쉽게 웃통을 벗고

십자가에 매달릴 자신이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마지막 날 셋째 날 점심시간이

다 되가는데도 나서는 학생이 없자 다급해진 교사들은 학생들을 설득하기

시작했지만 나서는 학생이 없었습니다.

 

    오후 3시쯤에 교사들을 소집해 회의를 했습니다.

정 나서는 학생들이 없으면 교사 중에서 한 명이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선생님 중 한 사람이 오후 5시까지 자원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자원하는 학생이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고 교사들은 다시 모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교사들도 다 못하겠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준비들이 다 마쳐졌는데, 이제는 시간도 없는데 학생들도 못하겠다고 하고

교사들도 못하겠다고 하고 결국은 나라도 웃통을 벗고 십자가에 달려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학생들과 교사들이 보는 앞에서 웃통을 벗고 십자가에 달리기도

사실 그랬습니다.

 

    그런데 저녁을 먹은 후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바로 전에 12학년 한 학생이

나를 찾아왔습니다. “어떻게 목사님이나 선생님들이 웃통을 벗고 십자가에

달릴 수 있겠습니까? 자신이 예수의 역할을 하겠습니다.

자신이 십자가에 달리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그때 속으로 그 학생이 얼마나 반갑고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드디어 산 밑에서부터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올라가는 학생 예수의 십자가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로마 병사의 역할을 맡은 청년 교사가 자신의 혁대를

풀어 십자가를 지고 가는 학생 예수를 사정없이 내려쳤습니다.

그런데 그만 잘못 때려 그 학생 예수의 등짝을 때리고 말았습니다.

예수를 재현하고 있는 학생의 입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고 또 그의 등짝은

뻘겋게 피멍이 들었습니다. 또 그 무거운 십자가를 끌고 가다 그만 발을 잘못

헛디뎌 계곡 밑으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재미 삼아 따르던 학생들의

얼굴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장난치며 가던 학생들의 자세가 숙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십자가가 홀 안으로 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학생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것 대신에 끈으로 손목이 묶여 십자가에 매달렸습니다.

그러나 손목이 뒤틀린 채로 십자가에 매달린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학생 예수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이 역력히 나타났습니다.

 

    드디어 십자가는 세워졌습니다. 이제는 군중들이 예수를 조롱하듯 학생들이

한 명씩 나와 십자가에 달리신 학생 예수를 향하여 자기가 평소에 마음에 담아

두었던 말들을 하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나서지를 못했습니다.

그런데 호주에 온 지 1년 밖에 안 되는 12학년 학생이 나와 학생 예수의 얼굴에

침을 뱉으면서 “예수님, 왜 나를 이 호주 땅에 오게 해서 영어도 못하고 그래서

이렇게 힘든 학교생활을 하게 하느냐”고 울먹이면서 말했습니다.

그러자 또 한 학생이 나와 주먹으로 학생 예수의 명치를 쳤습니다.

그리고 “예수님, 왜 당신은 내가 평생을 주사를 맞고 살아야 하는 당뇨병에

걸리게 했느냐”고 따지듯이 물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명치를 주먹으로 강타당한 학생 예수는 ‘억’하는 소리를 내며 호흡곤란을

일으키면서 그의 얼굴은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일그러졌습니다.

 

   모든 학생들은 십자가에 달린 학생 예수를 지나가며 자신의 마음에 담아 두었던 말들을 토로해 내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 뿐 아니라 교사들도 울기 시작했고 나도 손수건까지 꺼내 들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순서를 진행될 수 없을

정도로 그곳은 울음바다가 되어 버렸습니다.

 

    저 학생이 아니었으면 내가 십자가에 매달려 침을 맞아야 했고 또 주먹으로

명치를 맞아야 했는데 나 대신에 저 학생이 십자가에 달렸다고 생각하니까

그 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나의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 나는 평소에도 잘 알고 있던 아주 귀중한 사실을 다시

한 번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저 학생이 나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달렸듯이

예수께서 나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달리셨구나.’

 

    누군가의 입에서부터 찬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예수 나를 위하여 십자가를 질 때 세상 죄를 지시고 고초당하셨네

예수여 예수여 나의 죄 위하여 보배 피를 흘리니 죄인 받으소서 십자가를

지심은 무슨 죄가 있나 저 무지한 사람들 메시아 죽였네 예수여 예수여 나의 죄

위하여 보배 피를 흘리니 죄인 받으소서 피와 같이 붉은 죄 없는 이가 없나

십자가의 공로로 눈과 같이 되네 예수여 예수여 나의 죄 위하여 보배 피를

흘리니 죄인 받으소서 아름답다 예수여 나의 좋은 친구 예수 공로 아니면

영원 형벌 받네 예수여 예수여 나의 죄 위하여 보배 피를 흘리니 죄인 받으소서.”

그렇게 수련회는 은혜롭게 끝나갔습니다.

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출처 및 필자 삭제시 복제금지)   

 

 

 필      자

 호주시드니

하나교회

김해찬 목사

hanachurchmoks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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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골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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