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문에 61세 아내가 남편 이름으로 8억원의 보험을 든 후 집에 불을 질러 남편을 죽게 하려다 자기까지 죽었다는 기사 보셨습니까. 이것이 인간입니다.”

김삼환 목사의 탄식에 사람들은 가슴을 쳤다. 평소 같으면 달콤한 새벽잠에 취해 있을 시간, 3일 새벽 4시50분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의 특별새벽집회(특새)가 시작됐다. 7000명이 한번에 들어가는 예루살렘성전이 가득차고도 자리가 모자라 학생들이 단상 위를 가득 채웠다. 소탈하고 친근한 김 목사의 목소리는 여느 때와 다름 없었지만, 특새의 시작을 알린 이날 새벽의 메시지는 어느 때보다 강했다. 이번 특새의 주제는 ‘오직 예수’다.

“이렇게 좋은 세상, 다들 배우기도 많이 배우고 민주주의가 꽃폈는데도, 인간은 여전히 배반하고 죽이고 싸웁니다. 마음 속에 악취가 가득합니다.”

왜 새벽잠을 설쳐가며 기도해야하는지, 그는 직설적으로 설교했다.

“마음의 악취, 마음의 악, 마음의 어두움, 마음의 만가지 병을 고쳐 줄 자가 없습니다. 예수 믿고 교회에 나와서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의 얕은 물에 머무르면 인생도 살살 살다 갈 수밖에 없습니다. 깊이 기도해야합니다.”

오랜 세월 되풀이된 연례행사에 관성이 붙었을 법도 한데, 새벽 4시부터 나와 야광봉을 흔들며 차량을 인도하는 집사들의 손짓부터 눈을 초롱초롱 밝히며 설교를 듣는 어린이의 눈빛까지 처음 새벽을 찾은 것 같은 기대감이 가득하다. 어릴 적부터 특별새벽집회에 참석해 왔다는 한상윤(서울관광고3)군은 “학교에 늦지 않으려고 1부 집회에 왔다”며 “평소 새벽기도회는 못 와도, 특새는 빠질 수 없는 뭔가가 있다”고 말했다.

명성교회의 특별새벽기도가 시작된 것은 1980년 9월 1일. “25명이 모여 드렸던 그 새벽의 기도가 올해로 34년째, 이제 67번째 특별집회가 열립니다.” 김 목사는 이날 개회를 선언하며 감격에 찬 표정으로 첫 집회를 회상했다.

교회를 개척하고 두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주일예배에 22명이 모일 때 새벽집회를 준비하며 “제발 25명만 오게 해달라”고 김 목사는 기도했다. “당시 만해도 다른 교회들은 철야와 금식을 강조했고 새벽기도는 뭔가 절박한 처지에 있는 이들만의 집회로 여겨지던 시절인데, 비록 적은 규모지만 모든 성도가 새벽에 나온다는 것은 새로운 발상이었다”고 교회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렇게 시작한 특새가 이제는 1000명에 이르는 연합성가대의 새벽을 깨우는 찬양, 교복을 입은 남녀 학생이 성경 본문을 읽고, 학생들 틈에 끼어 앉아 있던 김 목사가 설교단상에 올라서는 모습이 트레이드마크가 될 정도로 성장했다. 유모차를 끌거나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예배당을 향해 바쁘게 달려가는 광경도 여전하다. 해외의 목회자들이 새벽집회를 체험하러 찾아오기도 한다.

명성교회의 특새는 무엇이 특별할까. 주일예배 못지 않은 정성이 담겨 있다. 특새를 위해 온교회 성도들이 모든 힘을 모은다. 올해는 교회학교 교사들이 학생들을 위해 컵라면을 무한정 끓여주는 특별서비스를 제공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한다. 힘이 넘친다. 특새 기간이면 명성교회 인근 동네의 새벽 공기가 달라진다. 이 동네만 해가 더 빨리 뜨는 것처럼 착각이 될 정도다. 김 목사의 설교도 평소보다 빠르고 힘차다. 메시지가 명확하다. 잠시 하품할 틈도 없다. 새벽 집회지만 졸리지가 않는다. 이날 5부까지 이어진 특새에 참여한 사람이 6만명에 이른다고 교회 관계자는 밝혔다. 7일까지매일 새벽 6시에 CTS CBS C채널 굿TV와 명성교회 홈페이지에서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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